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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Book] 계몽 군주 없었다면 모차르트도 없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신동'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언제부턴가 우리는 별칭으로 음악가를 이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조잡한 수사'라며 낭만적 시선을 버렸다. 대신 당시 역사적 사실과 함께 음악가를 본다. 우선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를 통해 바흐를 설명했다. 루터의 개혁이 교회 음악의 혁신을 동반했고 이 토대 위에서 바흐가 다양한 음악 실험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를 위해서는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대왕을 먼저 만난다. 인문.예술 분야를 집중 육성했던 군주가 모차르트를 키워냈다. 놀라운 재능의 어린 아이를 '마귀 들린 아이' 쯤으로 여겼다면 모차르트의 성공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또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말마다 울려퍼지는 것 또한 역사 속에서 답을 찾았다. 프랑스 혁명 이후 밀어닥친 낭만적 민족주의 베토벤의 '독일 정신'에 대한 신성화의 결과로 우리가 송년 음악회에 '합창'을 단골로 듣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역사와 음악을 짝지어 설명하는 방식 자체는 새롭지 않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소식에 격분해 교향곡 '영웅' 표지를 바꿨다는 에피소드와 같은 음악의 상투적 역사화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또 차이콥스키의 작품 세계를 평생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과 연계하는 것도 이젠 새롭지 않다. 저자는 이런 '에피소드식 역사화'를 최대한 비켜갔다. 대신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짝을 맺어준다. 차이콥스키에게는 도스토옙스키다. 『죄와 벌』등에 나타나는 슬라브주의를 먼저 설명하고 대척점인 서구주의에서 차이콥스키를 끌어냈다. 그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1번 선율이 당대의 문학 작품과 함께 읽힌다. 김호정 기자

2010-06-10

[OC] [Book] 다빈치 작품이 중국 자료 본 뜬 짝퉁이라고?

몇 해 전 선보인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의 속편인데 부제가 이렇다.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 아무리 천하의 멘지스라지만 이런 주장을 펴도 될까? 파격의 내용은 이렇다. 1421년에 이어 1434년 중국 명나라 정화(鄭和)제독이 이끄는 함대의 세계일주가 펼쳐졌다. 당시 대함대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교황 유게니우스 4세를 알현하고 지리.천문.수학.인쇄술에서 철강제조법.무기를 전했으며 그 중국 발(發) 지식자본이 서구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됐다. 저자는 말한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와 함께 르네상스 천재로 불려온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천재발명가라기보다는 삽화가라고 해야 하지 않나?" 즉 중국 자료를 본 따 카피한 사람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구역사를 물구나무 세우는 이 책은 도발적이다.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 영화가 드물듯 『1434』도 『1421』의 정보량과 읽는 맛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구역사학을 흔든 『1421』 출간 이후 소식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1937년생 멘지스는 영국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 항법에 두루 밝은 그는 퇴역한 뒤 정화 대함대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160척 선단을 이끄는 기함은 보선(寶船)으로 불렸다. 보선은 보물선이란 뜻인데 '보물을 찾으러 가는 배'가 아니라 '현지에서 나눠줄 보물을 실은 배'라는 의미다. 그런 내용을 담은 『1421』의 등장은 실로 드라마틱했다. 말 그대로 정화가 지구를 일주했다는 내용 때문이다. 희망봉.대서양을 넘어 남극.북극 아메리카대륙은 물론 태평양을 건넜다는 주장인데 학계는 아직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아메리카대륙까지 항해했다는 주장은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아직은 추론이다"(서울대 교수 주경철의 『대항해시대』 14쪽)는 식이다. 전편에서도 암시가 있었지만 이번 책에서 저자는 콜럼버스의 경우 중국이 만든 세계 지도를 손에 쥔 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음을 밝힌다. 정화에 71년 뒤진 기록이다. 탐험가 마젤란도 그랬다. 1520년 마젤란 해협에 도착했던 첫 유럽인 마젤란도 그곳에 해협이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출항 전 보았던 중국 해도에서 그 사실을 확인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저자가 노리는 것은 "르네상스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문명의 부활이라는 유럽중심적 역사관은 허구이거나 과장"이라는 점이다. 2개월 전 나왔던 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의 『신의 용광로』란 책도 이슬람.기독교 교류사를 살피면서 기존 유럽사의 오만한 서술을 반성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가 그리스.로마의 고전문화를 보존하였다가 이를 유럽에 전해줌으로써 르네상스에 '약간의' 영향을 준 정도가 아니라는 것 유럽의 탄생 자체가 이슬람문명의 거대한 용광로 안에서 비로소 이뤄졌다는 관점인데 『1434』과 함께 되짚어볼만한 대목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2010-06-10

[OC] [Book] 잔혹하고 아름다운 100년 전 페르시아

아이를 낳다 죽어간 어린 소녀들의 묘지가 산을 이루던 100년 전 페르시아의 유대인 마을. 나지아는 '쿠치크 마다르(어린 엄마)'를 꿈꾸는 어린 소녀다. 부모를 잃고 숙모 미리암 하놈의 집에서 갖은 집안일을 해내며 혹사당하는 그녀는 "구멍에서는 피라곤 단 한 방울도 안 나오며 병든 병아리처럼 비쩍 마르고 납작하다"는 여편네들의 쑥덕임에 시달렸다. 나지아의 사촌 언니 플로라는 나지아와 비교하자면 팔자 좋은 소녀였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며 제때 생리를 시작해 결혼했으니. 그러나 떠돌이 사기꾼 옷감 장수였던 남편은 "돌아온다"는 헛된 약속만 남기고 결혼 두 달 만에 도망가버렸다. 그것도 절대로 씨를 뿌려서는 안 되는 '저주받은 월식날' 플로라를 임신시켜놓은 채로 말이다. 지붕 위에 올라가 구슬픈 노래를 부르면 남편이 돌아오리라 믿는 한겨울에 수박이 먹고 싶다며 어깃장을 놓는 플로라 역시 철 없는 소녀에 불과하니 미워할 수 없다. 아들을 낳으면 "랄랄랄 호이. 호이. 호이"라는 기쁨의 환호가 딸을 낳으면 "후우……"하는 곡성이 온 마을로 퍼져나가던 그 곳. 플로라의 엄마인 미리암 하놈이 이러 저러한 불운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액막이 수단이란 밥을 먹고 나서 세 번 토해내기 닭의 눈을 뽑아 부적으로 달고 다니기 이웃에게 저주의 말 퍼붓기 따위다. 유일신을 믿는 유대인들이라지만 온갖 금기와 만신에 둘러싸인 모양이 우리네 옛 모습과 닮았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기엔 비극적인 삶이지만 그 시절엔 그 시절대로의 아름다움과 웃음이 있었음을 일깨우는 소설이다. 이경희 기자

2010-06-10

[OC] [Book] 역발상 책 두 권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입니다. 굳이 예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때로는 부와 명예를 안겨주기도 하는 창조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역발상이니 창조적 파괴니 하는 말이 강조됩니다. 여기, 도발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책을 모았습니다. 뇌과학으로 푼 창조적 파괴의 비밀 #1 데일 치후리란 세계적 유리공예가가 있다. 수수한 사발 하나가 몇 천 달러에 이르고 1986년엔 미국인 예술가 중 드물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단독 쇼를 선보이기도 한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비대칭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데 치후리는 76년 영국 여행 중 교통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한 뒤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었다. #2 1854년 크림 전쟁에 파견된 ‘간호학의 대모’ 나이팅게일은 병사들이 부상 합병증이나 영양실조 때문이 아니라 전염병 때문에 더 많은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원 도표 등 새로운 시각적 구성과 배열로 정리한 개혁안을 당시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내 수많은 병사들의 생명을 구한 개선을 이뤄냈다. #3 중국 출신의 찰스 왕이 세운 컴퓨터 어소시에이츠는 설립 10여 년만인 89년엔 연 매출 10억 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직원들을 정기적으로 해고하는 등 ‘공포문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결국은 회계부정이 드러나 왕은 2002년 이사회에서 사임해야 했다. 미국의 저명한 뇌과학자이자 신경경제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는 이 같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자신과 세상을 바꾼 ‘창조적 파괴’의 비결을 제시했다. 바로 ‘다르게 보라’ ‘틀에서 벗어나라’ ‘두려움을 버리고 남들의 시선을 무시하라’이다. 치후리의 경우 ‘상식파괴자’의 첫 번째 교훈을 그대로 보여준다. 꼭 극적인 수단에 의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육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사물과 상황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은 틀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의 실례이다. 그는 군 지휘관들과 다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하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이를 표현함으로써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찰스 왕의 사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경우다. 지은이는 창조적 사고를 가로막는 것은 우리 뇌가 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진화되었기 때문이란 의외의 주장을 편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정보로 현재 상황을 예측하는 ‘예측부호화(predictive coding) 기술’이나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범주화 기술’ 등이 작용해 우리가 기존의 생각,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책은 창의적 사고를 키워준다는, 그렇고 그런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뇌과학이 바탕이 되어 꽤나 설득력이 있고 흥미로운 사례도 여럿 나와 한마디로 ‘강추’다. 누구나 상식파괴자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실을 안다는 것 자체가 ‘새 출발’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으니까. 김성희 기자 --------------------------------------------------------------------------------- 안전한 길 대신 가고싶은 길 가라 미국 스탠퍼드대의 티나 실리그 교수는 종종 학생들에게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기대를 과감히 뿌리쳤던 경험을 들려달라고 말한단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의문을 품을 때 뛰어난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라면 ‘안전하게 정해진 길’을 가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 보통이지만, 실리그 교수가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 중 하나가 ‘과감히 규칙을 깨라’는 것이다. 역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가르치는 교수다운 발상이다. 그의 표현으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정반대”의 내용이란다. 그는 “규칙이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안전한 범위에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전지대에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연한 다음 단계라고 생각되는 일’을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인데버(Endeaver)’라는 독특한 단체를 만든 린다 로덴버그는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지만, 주변의 기대와 통념을 뿌리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택해 성공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자신의 능력에 고정된 사고방식을 갖는 것을 경계하라고도 조언한다.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면 그와 배치되는 행동을 좀처럼 하지 않으니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게 된다는 설명이다. ‘복권에 당첨되려면 우선 복권을 사라’고도 조언한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실패와 포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꾸라고 한 대목도 흥미롭다. “포기는 우리에게 상당한 파워를 부여하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정해진 선 바깥에 있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기회라도 그것을 붙잡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그 자신도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학원을 휴학한 채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계획도, 목표도 없이 보냈던 시간이 결국 자신의 길을 찾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일률적인 잣대로 만들어진 ‘엄친아’ ‘엄친딸’, 그리고 ‘스펙’이라는 유행어는 혹시 스무 살의 청춘들을 더 소심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감옥’은 아니었을까. 강의록이면서도 개인적인 에세이 형식이 곁들여진 책엔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저자의 품성이 비춰진다. 스무 살이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30~50대에 알아도 좋은 것들이 많다. 이은주 기자

201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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